일상

우리 지금 심안 일까요?

시에게 묻다 2020. 8. 3. 14:26

사랑하는 사람을 보고 있는 눈은............. 심안일까요!!

 

 

<부여 궁남지 수련>

지난주에 갔던 부여 궁남지 수련을 들여다보며 , 거기 비친 하늘까지 보는 기쁨,

그아래  고요함과 긴 정적을 뚫고 태양을 향해 올라온 수련

우리가 지금 보고. 생각하고. 느끼는 눈을 떠올려봅니다~~

육안(肉眼)은 사물을 본다. 지안(智眼)은 생각을 본다. 심안(心眼)은 느낌을 본다.

수련을 흔히 물 수(水) 자를 쓰는 연(蓮)으로 착각하는데 그렇지 않다.
수련은 잠잘 수(睡) 자를 쓴다.
물의 여신 님프(Nymph)에서 유래한 님파 이아(Nymphaea)가 수련의 속명(屬名)이다. 잠자는 연은 햇빛이 맑고 화사하게 몸에 닿아야 꽃잎을 연다.
수련 줄기가 물 밖으로 나올 때에도 빛을 찾아서다.
수련의 생리는 세상을 향한 만개의 열망과 고독한 물속의 잠,
두 가지 경향성을 한 몸에 지녔다. 잠자는 수련을 물 밖으로 꺼낼 수 있는 것은
강렬하고 맑은 빛의 요청뿐이다. 생애를 걸 만한 빛의 요구가 아니라면
차라리 물속의 고독과 정적을 선호하며,
세상일 따위 관심 없다는 듯 잠들어 있는 수련이야말로 수련을 수련답게 하는
가장 큰 매혹이다.
지금 나는 수련이 피기를 기다린다.
진흙탕 같은 세상. 아름다운 수련이 물을 가르며 꽃대를 밀고 올라오길.
수련의 능동성을 두드려 깨울 강력하고 맑은 빛무리 들을.
지금 나는, 우리는, 어떤 빛을 만들어 수련을 깨울 수 있을까.

*시인 김선우의 에세이 <수련을 깨우는 법>이었어요.